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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소아마비 교정

에이즈도 악마 미제가 만듦

소아마비 백신이 에이즈 퍼트렸다”


에드워드 후퍼가 추적한 에이즈 유래… SIV에 감염된 침팬지 조직으로 백신 제조

 

(사진/영국의 작가 에드워드 후퍼는 최근에 펴낸<강>에서 침팬지 조직이 백신제조에 사용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금세기 최악의 전염병 에이즈는 1950년대 말 미국 과학자들이 아프리카에서 오염된 소아마비 백신을 만들어 주민에게 투약하면서 발생했다는 가설이 나와 뜨거운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한때 등장했다가 잊혀졌던 이 가설을 다시 부활시킨 사람은 기자 출신의 영국 작가 에드워드 후퍼이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여행을 하면서 1천명에 이르는 사람을 인터뷰하고 4천편의 문헌을 조사해 얼마 전 1070쪽에 이르는 <강(The River)-에이즈와 HIV의 기원을 찾아서>을 출판했다.

 

그는 의학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미국 필라델피아 위스타연구소가 아프리카에서 벌인 실험용 소아마비 백신의 투약과 에이즈의 초기 발생이 놀라울 정도로 시간과 공간이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후퍼의 조사에 따르면 1980년 이전까지 콩고의 킨샤사 등 아프리카 특정 도시에서 발병한 28건의 초기 에이즈 사례 가운데 23건은 이 백신이 투여된 곳으로부터 175마일 거리 이내에서 발생했다. 이 지역은 세계에서 에이즈 환자가 가장 먼저 발생했고, 환자 밀도도 가장 높아 에이즈의 진앙지로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서 위스타연구소의 힐러리 코프로스키 박사팀은 먹는 실험용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해 1957년부터 1960년까지 이 일대 르완다, 브룬디 그리고 콩고에서 100만명에게 약을 투여했다.

 

백신 실험지역과 에이즈 발생지역 일치

(사진/오염된 소아마비 백신이 에이즈를 일으켰다고 주장하는 영국의 작가 에드워드 후퍼)

그동안 전문가들은 에이즈 바이러스가 아프리카 침팬지로부터 전파됐다고 믿어왔다. 침팬지의 바이러스인 SIV가 에이즈 바이러스인 HIV-1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SIV는 침팬지에게는 해롭지 않지만, 사람에게는 치명적이다. 에이즈 환자가 처음 발생한 것은 지난 1981년 미국에서였지만, 그 이전에 아프리카에서 비슷한 증상으로 죽은 사람들의 혈액 샘플을 분석한 결과 에이즈는 1959년 콩고의 킨샤사에서 처음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생물무기를 개발하다가 에이즈가 생겼다는 주장도 있지만 근거가 희박하고, 지금까지의 일반적 견해는 누군가가 침팬지에게 물렸거나, 침팬지를 먹어 감염됐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인간이 접촉을 통해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이론은 허점이 있다. 사람들은 아프리카에서 수천년 동안 침팬지 사냥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 이론은 유독 1950년대 말에 와서야 에이즈가 처음 발병한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지만, 백신을 만드는 데는 일반적으로 원숭이의 조직이 이용된다. 그러나 후퍼는 실험용 소아마비 백신을 만드는 데 침팬지가 이용됐다는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위스타연구소팀이 캠프를 차리고 백신을 실험한 콩고 중앙부의 린디강 근처에는 침팬지들이 집단 서식하고 있다. 그의 책 제목 <강>은 이를 은유한 것이다.

 

후퍼는 연구팀이 여기에서 침팬지 콩팥을 미국으로 보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침팬지 조직이 HIV-1의 조상인 SIV에 감염되었다면, 실험용 소아마비 백신에도 이것이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백신을 먹은 사람의 몸 속에 만일 상처가 있었다면 혈액을 통해 SIV가 감염됐을 것이고, 성 접촉과 혈액 등을 통해 전파되면서 HIV-1으로 진화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백신을 통해 다른 동물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그동안 여러 차례 있었다. 1950년과 60년대에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이 소아마비 백신을 투여한 뒤 유인원의 바이러스인 SV-40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다행이 해로운 것이 아니었다. 또 1967년 독일의 연구소 직원 몇명이 아프리카 녹색원숭이가 갖고 있었던 마부르그 바이러스에 감염돼 죽었다. 이 바이러스는 원숭이에게는 괜찮지만 사람에게는 치명적이다.

 

위스타연구소팀이 백신 제조에 침팬지 조직을 이용했는지는, 당시 연구소의 기록이나 과학 저널을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후퍼는 어떻게 백신이 만들어졌는지 기록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위스타연구소는 백신 제조에 아시아 원숭이 조직을 사용했다고 주장해왔다.

 

백신 유래 가설은 80년대 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과학자들이 처음으로 제기해 92년 영국과 미국에서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논란거리로 등장했다. 백신을 개발한 위스타연구소는 위원회를 구성해 조사를 한 결과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뒤 이 가설은 대중과 전문가들의 관심 바깥으로 밀려났다.

 

당시 조사위원회가 백신이 에이즈를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은 영국 맨체스터의 한 선원이 1959년에 에이즈로 죽은 데 근거하고 있다. 에이즈 바이러스의 긴 잠복 기간으로 볼 때 그는 이보다 10년 전에 감염됐을 것이고, 따라서 50년대 말에 백신 실험을 하다가 에이즈가 생겼다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선원은 나중에 에이즈 때문에 죽은 게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 오진에도 불구하고 위원회는 결론을 바꾸지 않았다. 후퍼는 자신의 이론이 확실하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모든 것이 정황 증거이기 때문이다.

 

백신 제조 과정 재조사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후퍼는 결론 대신 구체적인 제안을 하고 있다. 즉 지금도 보관돼 있는 백신이 바이러스에 오염됐는지 조사하고, 기록이 사라지게 된 경위 그리고 백신의 제조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를 재조사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후퍼의 가설에 대해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보는 과학자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이 논쟁이 각종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대중의 믿음에 금이 가게 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또 동물의 바이러스를 사람에게 전파시킬지 모르는 이종간 장기 이식에 대한 연구도 규제를 받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지난 여름 영국에서 책이 출판된 뒤에 잠잠했던 미국의 언론들은, 후퍼의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게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최근 들어 이 논쟁을 비중있게 다루기 시작했다. 의학 박사학위를 가진 <뉴욕타임스>의 로렌스 알트먼 기자는 11월30일치 자신의 글에서 “비록 이 이론에 별로 신빙성이 없다 하더라도 엄청난 재난을 초래한 질병이 어떻게 해서 일어나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조사가 충분이 이루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과학은 진실을 찾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1600만명이 죽고 3300만명이 감염된 에이즈는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이다. 특히 전세계 에이즈 환자의 63%가 몰려 있는 아프리카에서는 평균수명이 50대에서 다시 40대로 내려가는 비극이 일어나고 있다.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에서는 처음 현대식 교육을 받고 미래를 어지고 나갈 20∼30대층이 전멸하다시피 하고 있다. 후퍼의 책은 이 엄청난 비극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케임브리지=신동호 기자/ 한겨레 편집국

한겨레21 1999년 12월 23일 제2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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