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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이후 조미관계, 주류언론이 말하지 않는 것 / 이정훈의 반도평론(5)
-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부원장
- 승인 2019.05.2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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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노이 이후 조미관계 베트남 하노이 2차 조미정상회담 합의 무산 이후 조미관계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각기 새로운 재대결의 길을 예비하고 있는 것인가? 가느다란 협상의 좁은 길은 아직 살아있는 것인가? 세기의 싱가포르 조미선언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협상원칙을 먼저 어긴 쪽은 누구였으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저의는? 북이 이런 협상의 난관과 파탄 가능성을 예상하며 준비한 ‘새로운 길’은 지난 시기 대결과 어떻게 다르며 어떤 양상일까?
2. ‘관계전환’ 협상과 ‘체제전복’ 협상
2017년 11월 조선의 핵무력 완성이 없었다면 2018년 조미정상회담은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다. 군사학에서 일컫는 ‘핵시험 성공’과 북이 말하는 ‘국가 핵무력 완성’은 뜻하는 바가 하늘과 땅 차이다. 핵무력 완성이란 소형, 경량, 정밀화한 다종의 지상, 수중, 공중, 우주용 핵무기와 대륙간장거리운반수단을 다량 실전 배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비아는 핵개발 초기단계 국가였고 북은 핵무력 완성 국가이다.
1) 적대전략의 일환인 협상전술
2) 시간지연 관여전술
3) 결정의 지연전술 하노이 2차 조미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지키로 한 합의를 깨고 ‘동맹19-1’이란 이름으로 연합훈련을 재개한 것, 대북제재 해제문제를 외면하고 일방적 비핵화를 내세운 것, 남북관계 진전에 한미워킹그룹으로 개입해 미국의 대북 협상전술에 종속시킨 것 등은 모두 미국의 ‘적대적 협상전술’ 시도이다. 트럼프는 북이 협상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말하고 있지만, 북 역시 미국이 ‘진정한 협상’의 길에 들어설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북은 아직 조미협상의 길을 최종적으로 닫지는 않았으나, 김정은 위원장의 4.12시정연설 이후 전격적으로 다른 방향과 수순으로 무게중심을 이동 중이다.
4.12시정연설 중 대미관계 부분의 핵심요지는, 미국이 리비아식 적대적 협상전술을 계속 고집한다면 북도 지금까지 진행한 대미 협상전술에 대한 기대를 접겠다는 것이다. 즉 대미관계 개선, 제재해제와 관계없이 다른 방식으로 사회주의 자립적 민족경제 부흥노선을 성취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이 협상에 어떻게 대하든 북이 갈 길은 이미 정해져있다는 입장인데, 이는 오만하게 협상에 임하던 미국으로서는 매우 당혹스런 선언이다. 시간표를 던지는 건 항상 대국인 미국이었는데 북에게는 거꾸로 미국이 시간표를 받는 처지가 되었다. 북이 제시한 시간표는 앞으로 7개월 남았다.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고 협상의 주도권도 미국이 놓친 양상이다.
미국이 핵위협을 가하는 조건에서 북이 핵무력을 포기할 가능성은 전무하며, 이는 결국 북을 NPT 밖의 또 하나의 핵보유국으로 떠미는 게 된다. 중국과 러시아도 과거 미국의 논리로 미국 입장에서 북을 포위할 근거가 사라졌다. 만약 한미연합군사훈련이 본격 재개된다면 북미간 태평양 핵전쟁 위기와 미국의 일상적인 안보위기가 본격화될 게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북은 이달 들어 두 차례 언론에서 ‘북한판 이스칸데르’라고 부르는 전술유도무기 훈련을 진행하였다. 조선이 2018년 4월 3차 전원회의 결정 이후 핵무력-경제건설 병진노선에서 ‘경제건설 총력집중노선’으로 전환했지만, 그렇다고 대미협상에 환상을 가진 것도 아니며 국방력 강화 방침을 약화한 것도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4. 전술유도무기의 함의와 국방부의 가짜뉴스 언론에서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부르는 전술유도무기 훈련의 함의는 북이 한반도 지역전쟁의 억제능력을 완성했음을 공표한 것이다. 지난 2017년 국가핵무력 완성이라는 전략핵무기를 완성한 데에 이어 이번엔 한반도 지역전쟁을 억제할 전술핵무기 능력을 실증한 셈이다. 여기서 북이 ‘훈련’이라 표현한 건 이 무기가 현재 시험단계에 있는 게 아니라 이미 실전 배치된 무기란 뜻이다.
무기전문가들이 러시아 이스칸데르와 유사하다며 분석한 이 무기의 성능을 요약하면 이렇다.
이로 인한 군사적 파장은 다음과 같다.
나) 현재 패트리어트(PAC-3 MSE)를 운영하고 있는 평택 주한미군기지도 무방비 상태로 된다.
최근 북의 정치·외교 정책의 배경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정식화한 '전략적 요충지론'이 있다. 로동신문에는 “김정은 시대의 조선은 열강의 각축장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정학적 숙명론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논평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한반도 주변대국들의 이해관계가 동북아시아의 한복판인 한반도에서 교차점을 이루고 있음을 인정하면서, 북이 힘이 약할 때는 열강의 각축장 신세를 면할 수 없지만 북이 힘을 가질 때는 거꾸로 지정학적 숙명론에서 벗어나 ‘전략적 요충지’로서 주변대국들을 다스리는 유리한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6. 문재인 정부의 ‘봉창 두드리기’ 인도주의 식량지원
판문점선언과 싱가포르 조미정상회담으로 새로운 4.27시대는 열렸으나 전진도상의 난관도 한둘이 아니다. 난관 조성의 중심은 역시 미국이다.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대미 종속성과 무기력도 반복되고 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의지부족이 대표적이다. 더불어 문재인 정부가 판문점선언을 먼저 깨며 북을 심각하게 자극한 것은 주로 군사분야 합의 무시이다.
문재인 정부의 식량지원에 북이 별 반응이 없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전략자산 무기 도입과 한미군사훈련 중지,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문제는 손도 못 대면서, 심각하게 돌아가는 조미협상 흐름과 동북아 정세에 어울리지 않게 인도적 식량지원 문제를 불쑥 제기하고 미국은 이를 승인한다고 맞장구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북에 식량 부족분(95%이상 자급자족)이 있긴 하지만 과거와 같은 식량사태는 없으며 다른 영양섭취 방식으로 보충이 가능하다. 지금 그것이 급박한 문제가 아니다.
트럼프 정부가 다시 과거의 조미관계로 돌아가는 결정을 내리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미관계가 다시 대립하며 악화돼도 중·러는 이전처럼 미국 편을 들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 경우 조선은 자강력과 중러관계를 전진시키며 자체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축적 재원과 힘으로 경제부국을 실현하려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동북아 정세 추이를 모르쇠한 채 남북공조를 외면하고 한미동맹을 금과옥조로 여긴다면 4.27시대는 정체될 것이며 남북관계와 문재인 정부의 미래 역시 위태로울 수 있다.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부원장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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