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인간 500세 프로젝트’ … 한국 기업이라면 감방행
- 기자
-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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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성장 막는 ‘붉은 깃발’ 조례 ①
디지털 헬스케어 발목 잡는 규제
유전자 임상은 생명윤리법 위반
애플의 의료정보 허브 서비스
아마존 온라인 약 배송 모두 불가능
한국선 새 사업은 ‘일단 불법’ 규정
160조 헬스케어 시장 놓칠 위기
16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구글의 자회사인 ‘칼리코’는 ‘인간 500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100만 명 이상의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 노화의 비밀을 풀고 난치병 치료법을 찾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이를 추진한다면 유전자 연구를 제한하는 ‘생명윤리법’을 위반한다. 현재 한국에선 유전자 치료 임상연구 대상 질환 범위는 암과 에이즈 등에 한정돼 있다.
애플은 개인의 의료기록을 병원으로부터 받아 관리할 수 있는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앱)을 공개했다. 장기적으로는 이를 토대로 한 개인 의료정보 허브를 만들어 이를 의료기관·개발자 등에 공유하는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게 애플의 계획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개인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처리하지 못하는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사업에 제약이 있다.
한국지능정보시스템학회장을 역임한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나라마다 산업의 발전 정도와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규제를 풀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도 “다만 한국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아이디어나 사업에 대해 ‘일단 불법’으로 규정한다는 점이 신산업 발전을 막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한국 특유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IT나 헬스케어 분야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끔 규제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세계 주요 IT기업들이 헬스케어 사업에 나서는 것은 IT의 발전이 가속하는 가운데 세계 인구의 고령화, 만성질환 환자 증가 등으로 산업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15년 790억 달러에서 2020년 2060억 달러(23조2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상위 10대 IT기업의 헬스케어 관련 투자는 2012년 2억8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1월 27억 달러로 10배 증가했다.
카자흐스탄·방글라데시 등에 이미 원격의료시스템을 설치하고 국내 의료진과 협진에 나선 KT는 올해 연말까지 러시아 시베리아 대륙횡단 열차에 원격의료시스템을 구축한다. SK텔레콤은 국내에 앞서 중국에 총 200곳의 병원·보건소 등 의료기관에 만성질환 관리 솔루션을 구축할 계획이다.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쓰리빌리언’은 미국, 원격진료 체온계를 개발한 ‘아람휴비스’는 중국에 먼저 진출하는 등 스타트업의 탈한국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한국에서 규제가 풀리기를 기다렸다가는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란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IT와 융합한 의료기기를 출시하고도 기존에 없던 제품이라는 이유로 인증받지 못해 판매에 제약이 생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스타트업 ‘휴이노’는 3년 전 심전도 측정이 가능한 스마트워치를 개발했지만 의료기기 승인을 받지 못해 국내 시판을 못했다. 그러는 사이 애플은 스마트워치 최초로 심전도 측정 센서를 장착한 ‘애플워치4’를 내놓았다.
수동휠체어를 전동휠체어로 전환할 수 있는 전동 키트를 개발한 ‘토도웍스’,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용 점자 스마트워치를 개발한 ‘닷’, 영아 돌연사를 감지·예방하는 스마트기기를 개발한 ‘올비’ 등도 비슷한 예다. 모두 정부의 우수벤처 사례로 수차례 뽑힌 기업들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헬스케어 관련 규제를 풀겠다고 공언한 것도 이런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어 규제를 풀기가 쉽지 않지만 미래 한국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승호 한양대 산업융합학부 교수는 “출시 시점이 제품의 성패를 가르는 경영환경에서 기업들이 기술 부족이 아닌 규제나 인허가 과정 때문에 제품·서비스 출시에 제약을 받는다면 엄청난 역량 낭비가 아닐 수 없다”며 “양적으로는 충분히 커진 국내 산업이 이제 질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선진국처럼 유연한 규제 환경을 갖춰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구글의 ‘인간 500세 프로젝트’ … 한국 기업이라면 감방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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