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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펌 : ( 프레시안 ) 천안함에 관한 정부의 엉터리 발표


천안함이 수상한 아홉 가지 이유…진실은?

[분석] 정부ㆍ합동조사단의 엉터리 '천안함 논리학'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의 침묵이 계속되고 있다. 흡착 물질에 관한 데이터에 치명적 허점이 있다는 이승헌 교수, 양판석 박사 등 과학자의 의혹 제기가 가라앉지 않았고, 스크루 변형 시뮬레이션이 현재 상태의 변형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합동조사단 민간위원의 실토가 나왔지만 묵묵부답이다.

그 사이 해난 사고 전문가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13일 금속 부식 실험을 통해서 어뢰 추진체의 부식 상태가 실제 부식과 크게 다르다는 걸 밝혀냈다. 그간의 과학 논쟁은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과학 잡지 <네이처> 인터넷 판에 이어 15일 발행된 오프라인 잡지(466호)에도 게재됐다.

합동조사단의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북한의 관련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천안함이 북한의 어뢰에 의해서 파괴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런 가능성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증거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합동조사단이 내놓은 허점이 많은 데이터와 미심쩍은 증거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젓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합동조사단과 정부가 내놓는 논리의 허점이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심증'을 전제한 이런 논리는, 천안함 침몰 직후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 대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보면 여지없이 무너진다. 이제 합동조사단과 정부가 내놓은 엉터리 '천안함 논리학'을 뜯어보자.

▲ 지난 15일 발행된 <네이처>(466호)에 실린 천안함을 둘러싼 과학 논쟁 기사. ⓒ프레시안

■ 북한산 어뢰의 '1번' 한글 표기

합동조사단은 5월 20일 발표 당시 사고 수역에서 인양된 어뢰 추진체가 북한산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뒷부분 안쪽에 '1번'이라는 한글 표기는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북한의 어뢰 표기 방법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놓고 서재정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교 교수와 이승헌 버지니아 대학교 교수는 이렇게 논파했다.

"논리의 오류다. '1번'이라는 한글 표기는 북한산 어뢰의 표기 방법과 일치할 뿐 아니라 한국의 무수한 다른 표기 방법과도 일치한다. 합동조사단의 주장을 그대로 따르자면 어뢰에서 발견된 '1번'과 대한민국 국방부 문건에서 발견된 '1번' 표기 방법이 일치하므로 어뢰 추진체는 대한민국 국방부에서 만든 것이라고 주장해도 하등의 문제가 없다."

■ 북한산 어뢰를 소개하는 카탈로그

어뢰 추진체가 북한산이라는 또 다른 근거로 합동조사단은 북한산 어뢰를 소개하는 카탈로그에 그 어뢰에 대한 정보가 실려 있음을 강조했다. 또 이들은 해당 어뢰의 설계도가 북한산 어뢰를 소개하는 CD에 수록되어 있다는 점도 들었다. 이를 놓고도 서재정·이승헌 교수의 논박이 나왔다.

"합동조사단은 어뢰가 북한산이라고 직접 주장하는 대신 카탈로그와 CD가 북한산이고 여기에 있는 정보와 설계도면이 어뢰 추진체와 일치하므로 어뢰가 북한산이라는 간접증명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카탈로그와 CD 자체가 북한산이라는 것이 검증되지 않는 한 이런 방식은 '그냥 믿어 달라'는 말밖에 안 된다."

이런 반박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보안을 핑계로 카탈로그와 CD가 북한산이라는 것을 입증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 같은 물질 나온 게 어뢰 폭발 증거?

합동조사단은 또 천안함 선체와 어뢰에서 채취한 흡착 물질의 구성 원자와 결정 구조가 같은 것이 어뢰 피격의 근거라고 말한다. 이들은 어뢰 안의 알루미늄이 폭발 상황에서 산소와 반응해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되어 선체와 어뢰에 흡착됐다고 주장한다. 서재정·이승헌 교수는 이 논리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합동조사단의 주장대로라면 굳이 '1번 어뢰'가 아니더라도 알루미늄이 포함된 폭약의 폭발이 있었다면 흡착 물질과 같은 물질이 형성될 것이다. 그렇다면 천안함에서 발견된 흡착 물질이 '1번 어뢰'의 폭발 탓인지, 아니면 다른 폭발 탓에 만들어진 것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합동조사단은 '외부 폭발=1번 어뢰 폭발'을 입증할 다른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

서재정 교수는 지난 6월 22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런 합동조사단의 논리의 허점을 놓고, "A가 먹는 밥과 B가 먹는 밥의 구성 원자도 같고 결정 구조도 같으므로 두 밥이 같은 밥통에서 만든 것이라는 논리와 같다"고 따져 물었다. 서로 다른 밥통(폭발)에서 나온 밥(흡착 물질)이라도 구성 원자와 결정 구조는 같기 때문이다.

■ 냄비에서 누룽지 생기면 밥통에선 누룽지가 안 생긴다?

천안함 선체와 어뢰의 흡착 물질에 대한 엑스선 회절 분석(XRD) 데이터는 합동조사단이 자체 실시한 수중 폭발 실험에서 나온 물질의 데이터와 달랐다. 이를 놓고 합동조사단은 '수중 폭발 실험은 어뢰 폭발과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물질이 나올 수밖에 없고, 이것이야말로 천안함 침몰이 어뢰 폭발에 의한 것임을 입증한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서재정·이승헌 교수는 6월 3일 <한겨레> 기고에서 "실험 조건이 (어뢰 폭발과) 달라서 결과가 다르게 나왔으면, 그 결과를 비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반박했다. 합동조사단의 주장대로 "천안함과 어뢰에서 발견된 흡착 물질이 어떻게 생성된 것인지 폭발 실험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재정 교수는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합동조사단의 주장은) 냄비(실험 폭발)에다 밥을 해보았더니 누룽지(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가 생기므로 이것은 밥통(어뢰 폭발)에다 밥을 하면 누룽지가 생기지 않는다(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는 증거라고 강변하는 것"이라고 합동조사단의 논리를 꼬집었다.

■ 결론이 가정을 입증한다?

ⓒ프레시안(김하영)
합동조사단은 또 천안함 침몰이 외부 폭발에 의한 것임을 입증하고자 외부 폭발을 전제로 천안함의 절단 과정을 보여주는 시뮬레이션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시뮬레이션으로 드러난 천안함 파괴 과정이 어뢰 폭발 상황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것은 외부 폭발 증거가 될 수 없다.

서재정·이승헌 교수는 "시뮬레이션은 250킬로그램의 고성능 폭약이 가스터빈실 중앙으로부터 좌현 3미터, 수심 6~9미터 정도에서 폭발했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출발했다"며 "이러한 전제가 성립한다는 가정 하에 천안함에 어떠한 손상이 가해질 수 있을까를 알아보는 시뮬레이션이 그 전제를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은 기본 상식"이라고 말했다.

스크루 변형 시뮬레이션도 마찬가지다. 스크루가 어뢰 폭발로 급정지해 관성력으로 휜다는 것을 가정한 시뮬레이션은 그 가정을 입증할 수 없다. 합동조사단의 한 민간위원이 "현재의 시뮬레이션으로 현 상태의 스크루 변형을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털어 놓은 것은 이 때문이다.

■ 미국도, 중국도, 러시아도 아니니까 북한?

한국이나 미국의 오폭이 아니고 중국과 러시아가 쐈을 리도 없기 때문에 결국 북한이라는 추론은 합동조사단이 내놓은 논리는 아니지만 강력한 설득력을 가지고 유포됐다. 언뜻 보면 반박할 구석이 없는 것 같은 이 논리는 그러나 천안함의 경우 성립되지 않는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주사위를 던지고 나서 안 보이는 면을 예상하기는 쉽다. 1이 보이면 안 보이는 면이 1일 가능성을 배제하고, 2가 보이면 2일 가능성을 배제하면 되니까. 그러나 이런 '배제에 의한 논리 추론'이 가능하려면 주사위처럼 경우의 수(여섯 가지)가 확실하고, 1이 보이면 안 보이는 면이 1일 확률이 제로(0)가 되듯 하나의 경우를 완벽히 배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천안함 사고 원인은 경우의 수가 사실상 무한대다. 좌초든 어뢰든 기뢰든 어느 하나가 아닐 확률이 낮다고 할 수 있어도 제로는 아니다. 또 어뢰가 분명하더라도 북한이 아닌 다른 나라가 쐈을 가능성 역시 제로는 아니다. 천안함 사고 원인을 배제에 의한 추론 방식으로 찾는 것은 논리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 지진파가 폭발의 '결정적 증거'?

많은 이들은 천안함 침몰 당시 백령도에서 규모 1.5의 지진파가 관측된 사실을 놓고, 이것이야말로 천안함이 어뢰 폭발에 의해서 침몰한 결정적인 증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결정적인 증거'로 보이는 지진파를 합동조사단은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듯하다. 왜일까? 그것은 지진파가 천안함 침몰의 진실을 말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선 지진파의 정체를 규명하기가 쉽지 않다. 이 지진파는 백령도에서만 관측되었기 때문에, 그것이 정확히 어디서 발생한 것인지 확인할 수 없다. 더 나아가서 이것이 폭발 탓에 발생한 인공 지진인지, 아니면 백령도 인근에서 빈발하는 자연 지진인지도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다만, 지진파의 성격상 인공 지진일 가능성이 높다고 볼 뿐이다.

이 지진파가 폭발에 의한 것으로 확인이 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양판석 박사는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서 천안함 침몰 원인을 놓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지진파는 폭발 추정 시간과 폭발 규모 외에는 말해주는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합동조사단이 지진파를 결정적인 증거로 내세우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런 사정 때문이다.

더구나 합동조사단은 지진파를 독자적으로 검증하지도 않은 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보고서만을 근거로 어뢰 피격을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진파가 폭발과 같은 원인 탓에 생긴 것일 수 있다"는 얘기만 해놓고, 현재까지 지진파 원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 오컴의 면도날

'같은 현상의 원인을 설명하는 두 개의 주장이 있다면 간단한 쪽을 선택하라'는 이른바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 원리도 자주 거론되는 이야기다. 북한이 어뢰를 쏴 천안함을 침몰시켰다, 이런 '간단한' 설명을 왜 부정하느냐, 이런 지적이다. 그러나 북한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것이 과연 '간단한' 설명일까?

"① 3월 26일 당시에는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이 진행 중이었다. ② 천안함은 하필이면 그 당시에 백령도 인근에 있었다. ③ 북한의 잠수정은 백령도 외해를 'ㄷ' 자로 거쳐서 천안함이 있는 곳까지 침투했다. (혹은 한국 해군의 방어 체계를 뚫고 직선으로 침투했다.) ④ 그 잠수정은 전 세계에서 실전에 한 번도 배치된 적이 없는 최신식 어뢰로 천안함을 격파했다.

⑤ 천안함을 격파하고 나서 그 잠수정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유유히 사라졌다. ⑥ 놀랍게도 잠수정의 침투, 어뢰 공격, 도피의 전 과정에서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도 이 잠수정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다. ⑦ 이런 엄청난 적의 공격이 있었음에도 합참의장은 상황 조치를 하고 나서 수면을 취하는 태평한 모습을 보였다."


자, 이게 과연 간단한 설명인가?

■ 입증 책임은 정부에 있다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에게 정부와 합동조사단은 공통적으로 "증거를 대라"고 반박한다. 어처구니가 없는 반응이다. 천안함이 어떻게 침몰했는지를 밝혀야 할 이들은 바로 정부와 합동조사단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여러 가지 문제제기에 대해서 자신의 애초 주장(북한이 쏜 어뢰 폭발로 천안함이 침몰했다)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

엉뚱하게 북한에 입증 책임을 미루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북한이 아무런 증거도 대지 않고 조작이라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북한의 소행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우긴다. 물론 북한이 천안함을 침몰시켰다면, 그들은 증거를 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절대로 증거를 댈 수 없다.

이제 정부와 합동조사단이 입을 열 때다. 
 

/황준호 기자,강양구 기자 메일보내기